그리스·로마 신화23 - 헤라클레스의 12과업 Part 2
과업7. 크레타섬의 미친 황소
일곱 번째 과업은 크레타섬에 있는 미친 황소를 생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황소는 포세이돈이 자신에게 바치라고 미노스에게 줬던 황소로 미노타우로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형제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크레타의 세 번째 왕이 됐는데, 왕이 된 이후 포세이돈이 왜 자신에게 약속한 제물인 소를 바치지 않냐고 따지자 미노스는 제물로 바칠 훌륭한 소가 없다고 해 포세이돈은 파도를 이용해 하얀 황소 한 마리를 만들어줬습니다.
하얀 황소를 받은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바쳐야 했지만 황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제물로 바치기는 아깝다고 생각했고, 제물로는 늙고 병든 다른 소를 바쳤습니다. 이를 본 포세이돈은 분노했고 미노스의 왕비였던 파시파에가 하얀 황소를 사랑하도록 저주를 내렸습니다.
하얀 황소는 암소만 보면 발정이 나 난리를 쳤지만 인간의 접근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아 사랑에 빠진 파시파에도 소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파시파에는 당시 최고의 발명가였던 다이다로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다이달로스는 가짜 암소 모형을 만들어줘 왕비는 이 가짜 암소 안에 들어가 옆구리의 구멍을 통해 황소를 만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암소 엉덩이에도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파시파에는 하얀 황소와 사랑을 나눴고 이들 사이에서는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게 됩니다.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뒤에도 화가 안 풀린 포세이돈은 하얀 황소를 미쳐 날뛰게 해 그 황소를 잡아오는 것이 헤라클레스에게 내려진 일곱 번째 과업이었습니다.
힘싸움에서 이겨 손쉽게 황소를 잡아온 헤라클레스는 에이리스테우스에게 소를 바쳤는데 혹시나 미쳐 날뛸까봐 겁난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돌려줬고, 헤라클레스도 소를 가지고 싶지는 않아 놓아주었습니다. 놓아준 황소는 여전히 성질을 죽이지 못해 그리스 땅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부수고 다니다가 마라톤 평원에서 미노스의 아들이었던 안드로게오스를 죽이고, 아들의 원수인 테세우스의 손에 죽게 됩니다.
과업8. 디오메데스 왕의 식인 말
디오메데스 왕은 네 마리의 식인 암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포다르고스, 람폰, 크산토스, 데이노스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디오메데스는 처음에는 사형수들을 먹이로 줬지만 언제부터인지 당시 격투기 경기였던 팡크타리온 승부에서 패배한 이방인들을 먹이로 주곤했습니다.
네 마리의 말들을 헤라클레스가 직접 잡으려 하니 덤벼들었으나 애초에 헤라클레스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고 바로 포획됐습니다. 디오메데스 왕도 말과 함께 붙잡혀 말들의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네 마리의 말들도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데려갔으나 식인마들은 너무 위험해 나라 안에 둘수 없다고 했고,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아르고스 일대의 평원에 자유롭게 놓아주었습니다.
과업9.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아홉 번째 과업은 에우리스테우스의 딸인 아드메테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가 가진 허리띠를 원한다는 이유로 내려졌습니다. 여성 무사들로 구성된 아마존의 전사들은 활을 잘 쏘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도려낼 정도로 사냥과 전투에 진심인 민족이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에게도 쉽지 않은 과업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허리띠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배를 몰고 아마존의 항구 도시인 데스퀘미라에서 마침내 히폴리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과업은 의외로 쉽게 해결됐는데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가 헤라클레스의 강인한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들만의 국가였던 아마존은 강인한 여성 전사를 낳기 위해 강한 남자 영웅이 필요했고 헤라클레스야말로 딱 맞는 남성이었습니다. 히폴리테는 헤라클레스에게 자신과 사랑을 나누는 조건으로 허리띠를 내어주기로 약속했고 헤라클레스도 이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헤라는 과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아마존 전사로 변신해 헤라클레스가 히폴리테 여왕을 죽이려고 하나는 소문을 퍼뜨렸고, 이에 분노한 여전사들이 헤라클레스에게 덤비는 바람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이 치열했던 전투에서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를 죽이게 됐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히폴리테를 죽이고 허리띠를 가져가게 돼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과업10. 게리온 왕의 소
열 번째 과업은 서쪽의 가장 땅 끝에 있는 게리온의 섬에서 그들의 소를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게리온에게 가기 위해서는 당시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고, 지중해와 대서양을 가로막고 있었던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과업을 수행할 시간이 부족했던 헤라클레스는 산맥을 넘는 대신 산맥을 파괴하면서 게리온을 만나러 갔고, 산맥을 파괴해버리면서 지중해와 대서양이 연결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틈이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이며 부순 아틀라스 산맥의 흔적인 지브롤터 반도의 북 바위산과 아프리카 대륙봉의 남 바위산을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섬에 도착한 헤라클레스가 소를 데려가려 하자 황소를 지키던 머리 둘 달린 개 오르토스와 몸통이 셋이나 있는 괴물 왕 게리온이 막아섰으나 헤라클레스의 적수가 될 수 없었고 소는 데려와 헤라에게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과업11. 황금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찾아라
열한번째 과업은 제우스가 헤라와 결혼할 때 가이아가 헤라에게 선물한 황금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찾아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업이 헤라클레스에게는 가장 어려운 것이었는데 나무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나무를 지키는 괴물이 그리스 신화에 모든 괴수들 중 가장 쎄다는 백두룡 라돈이었기 때문입니다. 라돈은 에키드나 게리온과 남매 사이였으며 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오르토스의 삼촌이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형제와 조카들의 원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라돈이 나무를 지키는 장소가 헤라의 정원이었기 때문에 만약 그곳에서 라돈과 싸우며 소란을 피우고 사과를 훔친다면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미움을 더 사게될 것이 뻔했습니다. 답답했던 상황에서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찾아가 조언을 듣고 아틀라스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당시 아틀라스는 하늘을 두 손으로 받치고 어깨에 짊어지는 벌을 받고 있었는데 헤라클레스가 대신 하늘을 짊어지고 있을테니 황금사과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됩니다. 황금사과가 열리는 나무는 아틀라스가 살던 곳 근처에 헤스페리데스 정원에 있었는데, 하늘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아틀라스는 잠시라도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락했고 황금사과를 받아 헤라클레스에게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황금사과를 주고 다시 하늘을 넘겨받아야 했지만 다시 하늘의 무게에 짓눌리기 싫어졌고, 과업을 대신해줄테니 대신 하늘을 계속 들고 있으라고 하면서 헤라클레스는 난감해졌습니다.
헤라클레스는 그 순간 잔머리를 굴려 자신이 하늘을 계속 들고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하늘을 넘겨받았을 때 자세를 잘못 잡았다며 잠시만 하늘을 맡아준다면 좀 더 편하게 자세를 고치겠다고 했고,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믿고 황금사과를 땅에 내려놓고 다시 하늘을 넘겨받았습니다.
아틀라스가 다시 하늘을 넘겨받자 헤라클레스는 얼른 몸을 빼내 바닥에 있는 황금사과를 챙겨 아틀라스 곁을 떠났고,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받은 황금사과를 헤라에게 제물로 바쳤습니다.
과업12. 저승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마지막 과업은 저승에 가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완수할 수 없는 과업이었습니다. 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산 사람이 저승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승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는 케르베로스로 에키드나의 자식이자 네메아의 사자와 히드라의 남매였고, 라돈과 게리온의 조카였습니다.
맞상대도 어려운 상대였지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포하는 것이 과업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습니다. 만약 때려잡는다고 해도 남매들과 외삼촌의 원수인 헤라클레스를 얌전히 따라올리도 없었습니다.
과업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에루리스테우스에게 살아있는 사람이 어떻게 저승에 가느냐고 반발했지만 그건 헤라클레스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척했고, 헤라클레스는 정말로 죽어서 저승에 내려갈 생각까지 했지만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죽지 않고 저승에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하데스를 만나 사정을 말하며 케르베로스를 잠시 데려가도 되겠냐고 부탁했지만, 저승의 문지기라 그냥 데려갈 수는 없고 만약 맨손으로 제압한다면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냅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세 개의 목을 동시에 졸라버려 순식간에 제압했고, 성공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하데스도 놀라서 데려가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케르베로스는 잡아 이승에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 앞으로 데려갔고, 케르베로스를 보고 깜짝 놀란 왕은 무서워서 청동 항아리 속으로 숨으면서 과업은 끝났으니 왕궁에서 나가달라고 해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업을 마치고 완전한 자유가 되었습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원래 10개였지만 헤라가 2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 2개가 더 추가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히드라를 죽일 때 조카 이올라오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유였고, 두 번째는 아우게이아스 왕의 우리를 청소할 때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강물을 사용하고 보상을 받으려고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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