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25 - 죽어서야 마침내 신이 된 헤라클레스 [데이아네이라]


12과업을 마치고 전쟁의 승리로 황금기를 맞이한 헤라클레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그 발단은 12과업 중 마지막 과업을 수행하면서 저승에서 멜레아그로스의 영혼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옛 친구이자 영웅이었는데 의지할 곳 없이 쓸쓸히 남은 어린 여동생의 남편이 되어달라고 헤라클레스에게 부탁합니다. 그녀가 바로 데이아네이라였습니다.

데이아네이라는 수많은 남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수많은 구혼자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헤라클레스와 강의 신 아켈로오스만 남게 됐고 둘은 그녀의 남편이 되기 위해 최후의 결전을 시작했습니다. 아켈로오스는 헤라클레스를 이기기 위해 뱀, 황소 등으로 변신하며 달려들었지만 헤라클레스의 상대는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데이아네이라의 남편은 헤라클레스가 되었습니다.

이후 둘은 결혼해 장남 힐로스와 크세티포스, 글레노스, 오니테스, 딸 마카리아를 낳았습니다. 행복하게 살던 그들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트라키아로 이동하던 중 에오에노스 상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직접 강을 거너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평범한 인간 여성이었던 데이아네이라는 거친 강을 건너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켄타우로스인 네소스가 나타나 데이아네이라를 강건너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해 헤라클레스는 고마워하며 부탁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먼저 강을 건너고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건냅니다.

“사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됐습니다.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헤라클레스에게 가지 말고 나와 함께 삽시다”

갑작스럽고 어이 없는 고백에 데이아네이라는 거절했고 헤라클레스에게 소리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보고 분노한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로 네소스를 맞춰 죽이는데 네소스는 죽기 전 데이아네이라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것은 진심이었습니다. 나는 죽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대로 간직하고 죽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죽기 전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합니다. 내 상처에 흐르는 피를 담아가세요. 사랑의 묘약이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내 피를 그의 옷에 바르면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아네이라는 죽으면서까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고 네소스의 피를 작은 병에 담아 간직했습니다. 그렇게 강을 건넌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는 트라키아에 정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친구였던 트라케의 왕의 부탁으로 악연이 있던 오이칼리아를 정벌했고, 예전에 궁술대회에서 우승해 결혼할뻔했던 이올레 공주를 데려온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가 이올레 공주와 사랑에 빠질까봐 옷에 네소스의 피를 발라 보내게 됩니다.

데이아네이라가 보낸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는 전신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통이 워낙 심해 옷을 가져온 시종을 집어 던져 죽여버렸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옷을 벗으려 했지만 옷이 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옷을 뜯어내자 살까지 함께 뜯겨져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본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가 사랑의 묘약이 아닌 복수의 약이었으며, 네소스의 복수의 도구로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극심한 죄책감에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이미 죽었어야 했지만 헤라의 젖을 먹어 불사의 몸이었던 헤라클레스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고 계속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도 분신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신을 화장할 나무를 오이타 산의 높은 곳에 직접 모아 놓고 육체 자체를 태워버린 후에야 고통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장작더미에 누운 후 사람들에게 빨리 불을 붙이라고 명령했지만, 그 누가 감히 불을 붙일 수 없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의 고통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 제자였던 필록테테스가 울면서 용기를 내 불을 붙였고, 헤라클레스는 고마워하며 자신의 활과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물려주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죽기 전 장남 힐로스를 불러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저기 저 소녀 이올레를 네 아내로 삼아 결혼하거라”

사실 헤라클레스는 이올레를 자신의 부인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며느리 삼으려고 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를 오해했고 결국 대참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불로 모든 것을 씻어내고 인간의 몸에서 벗어난 헤라클레스는 올림포스 정상에 올라가 제우스와 만나 마침내 신이 되었고, 헤라와도 화해하면서 그녀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배와 재혼해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신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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