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30 - 올림포스 12신들에게 닥친 첫 번째 시련

제우스가 아버지였던 크로노스와 티탄족 연합군을 이기고 새로운 권력자가 된 후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제우스가 티탄족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뒀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이아는 이번에는 제우스를 몰아내기 위해 반란을 준비합니다. 가이아는 최초로 세상을 지배했지만 아들이었던 하늘의 신 우라노스에게 권력을 뺏긴 후 크로노스를 이용해 몰아냈고, 크로노스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제우스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우스를 밀어내기 위해 거신족인 기가스를 이용했습니다.

기가스들은 크로노스가 우라노스를 거세했을 때 쏟아져나온 피가 땅에 닿자 그것을 품어서 낳았습니다. 상반신은 인간이었지만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한 기가스들은 덩치가 크고, 힘은 장사였습니다. 이들은 가이아의 명령에 따라 올림포스를 향해 거대한 바위와 불타는 나무를 던지며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올림포스와 기가스들의 전쟁을 ‘기간토마키아’라고 하는데 올림포스 12신 체제 완성 후 들이닥친 첫 번째 시련이었습니다.

기가스들의 공세는 엄청났지만 제우스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전 신탁을 하나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탁의 내용은 기가스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제우스는 신탁에 따라 이미 헤라클레스라는 인간 영웅을 만들어놨기 때문이었습니다.

신탁대로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합류시켜 기가스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렸습니다. 뒤늦게 신탁의 내용을 알게된 가이아는 거신족들에게 불멸의 힘을 가질 수 있는 신비의 약초를 주려고 했지만, 제우스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자신이 약초를 찾아 없앨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한 뒤 기가스들보다 먼저 약초를 찾아 없애버렸습니다. 신탁을 받고 미리 전쟁을 준비한 제우스는 비교적 쉽게 전쟁에서 승리했고, 기가스들의 시체 위에 거대한 산을 뽑아 던져 혹시라도 일어나지 못하게 덮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가이아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기가스들이 모두 쓰러지자 나락의 신 타르타로스와 사랑을 나눠 엄청난 크기의 괴물 티폰을 낳았습니다. 티폰은 용의 머리를 백개나 가졌고 하반신은 거대한 뱀의 모습이었으며, 입에서는 불길을 뿜어냈습니다.

티폰이 올림포스에 나타나자 신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동물로 변신해 달아났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염소로, 헤라는 암소로, 아르테미스는 고양이로, 아프로디테는 물고기로, 헤르메스는 따오기로 변신해 이집트로 달아났으며 이때부터 이집트 사람들은 동물 모양의 신을 숭배하게 됐습니다.

모든 신들이 다 도망갔지만 제우스와 아테나만 남아 티폰과 싸웠습니다. 제우스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번개를 티폰에게 던진 뒤 주춤한 사이에 거대한 강철낫으로 티폰을 쓰러뜨렸습니다. 하지만 티폰은 다시 몸을 일으켜 제우스를 움켜쥐고 강철낫을 빼앗은 뒤 그 낫으로 제우스의 팔다리 힘줄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온몸에 힘줄이 끊어진 제우스는 인형처럼 축 늘어져버렸고, 함께 싸우던 아테나도 더 이상 티폰과 싸우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티폰은 제우스를 칼리키아에 있는 동굴로 데려가 가둔 뒤 제우스의 힘줄을 곰의 가죽에 싸서 델피네에게 지키게 했습니다.

온몸에 힘줄이 끊어져버린 제우스를 구하기 위해 아테나는 헤르메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헤르메스는 델피네가 방심한 틈에 곰의 가죽으로 싸 놓은 제우스의 힘줄을 몰래 훔쳐 제우스의 팔다리에 다시 힘줄을 붙여줬습니다. 겨우 살아난 제우스는 날개 달린 마차를 타고 번개를 던지며 티폰과 하늘에서 공중전을 벌여 승리했고 티폰은 큰 상처를 입고 시칠리아 바다로 도망갔습니다.

도망간 티폰은 운명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로부터 제우스를 이길 수 있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회복했지만, 사실 그 음식은 티폰을 약화시키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결국 제우스와의 최종 대결에서 패해 시칠리아섬의 아이트나산(지금의 에트나산) 밑에 가둬졌습니다. 산 밑에 깔렸지만 티폰도 신이었기 때문에 죽지는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에트나산은 화산이 폭발하는 활화산으로 남아있습니다. 티폰을 물리치면서 거신족들을 이용한 가이아의 반란은 완전히 제압됐고, 제우스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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