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38 - 뛰어난 의술 때문에 죽게 된 아스클레피오스
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를 규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원전 5세기에서 3세기 사이에 이오니아 그리스어로 쓰인 최초의 선서 내용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다시 쓰여졌습니다. 이후 1948년 세계의사회에 의해 제네바 선언으로 개정된 뒤 현재까지도 전 세계의 의과대학 졸업식에서는 이 선서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 휘기에이아, 파나케이아를 비롯한 모든 신들을 증언자로 하여, 이 신들에게 맹세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다름 선서와 서약을 이행할 것이다’
병들어 고통받고 죽어가던 환자들이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기적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옛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신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오니아 그리스어로 쓰인 최초의 선서 첫 문장에는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신의 도움으로 의술을 사용하고 사람들을 치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스클레피오스, 휘기에이아, 파나케이아는 어떤 신들일까요?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휘기에이아, 파나케이아는 아스클레피오스의 딸들이니 아폴론에게는 손녀들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스클레피오스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폴론은 테살리아의왕 플레기아스의 딸이었던 코로니스라는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코로니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신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아폴론과 사랑을 키워나갔지만, 아폴론은 신의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코로니스는 출입할 수 없는 올림포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폴론은 자신이 없어도 심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애완조였던 하얀 까마귀를 말동무로 붙여줬습니다.
“내가 늙고 병든다면 아폴론은 나를 바로 버리겠지?”
아폴론의 아이까지 임신했지만 아폴론은 눈치채지 못했고, 무관심이 계속되자 코로니스는 점점 불안해해졌습니다. 특히 신이었던 아폴론과 달리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인 그녀가 늙고 병든다면 바로 버려질 것이라고 생각해 더욱 더 불안해졌습니다. 그렇게 불안감이 극에 달한 그녀는 결국 아폴론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뿐이고 밖에서는 다른 요정이나 여신들과 바람을 피울 것이라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자신도 신보다는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 좋다며 이스키스라는 남자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둘의 관계는 점점 발전해 이스키스는 코로니스에게 청혼했고 두 사람은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궁전 안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코로니스는 아폴론은 잊고 새 남편 이스키르와 함께 행복한 부부 생활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니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폴론의 애완조였던 하얀 까마귀는 이 사실을 곧장 아폴론에게 알렸고, 충격을 받은 아폴론은 결혼식장으로 달려가 화살로 두 남녀를 죽여버렸습니다.
“사실 내 뱃속에는 당신의 아이가 있어요. 당신이 날 죽였으니 우리의 아이도 죽으거예요”
화살에 맞고 죽어가던 코로니스가 아폴론을 원망하며 충격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의 뱃속에 아폴론의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아폴론은 그녀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폴론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다는 후회와 이 사실을 알린 흰 까마귀를 원망하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희고 윤기가 흐르던 까마귀는 그때부터 깃털에 윤기를 잃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검은색을 띄게됐습니다.
코로니스는 살릴수 없었지만 아폴론은 코로니스 뱃속의 아이를 꺼내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수제자이자 최고의 현자인 켄타로우스 케이론에게 아이를 맡겼습니다. 아이를 맡게된 케이론은 의학에 관심을 보이던 아스클레피오스를 최고의 의사로 키워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뛰어난 의술과 함께 아테나에게 받은 메두사의 피를 이용해 수많은 병자와 영웅들을 치료해줬고, 더 나아가 곧 죽어가던 사람들의 목숨까지 살려내는 구원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의 뛰어난 의술이 오히려 문제가 됐습니다. 하루는 아르테미스가 죽은 하폴리토스를 데려와 살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여신의 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를 살려줬고, 이 밖에도 죽어서 지하 세계로 내려가야하는 영혼들이 아스클레피오스에 의해 살아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하데스는 제우스에게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이를 본 제우스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여겨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번개를 던져 그는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었습니다.
한편 아들의 죽음을 알게된 아폴론은 분노하며 복수를 결심했습니다. 아폴론은 먼저 제우스에게 번개를 만들어준 퀴클롭스 3형제를 찾아가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우스는 분노하며 아폴론에게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스 밑에서 종살이를 하라는 벌을 내렸습니다. 신이었던 아폴론이 인간의 밑에서 종살이를 하는 것은 치욕적이었지만 아폴론은 묵묵히 벌을 견뎌냈고, 시간이 흘러 제우스와도 화해했습니다. 화해 이후 제우스도 사과의 의미로 죽은 아스클레피오스를 부활시켜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으며,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사들의 영원한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