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45 - 대홍수를 일으킨 제우스와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류
신화에서 청동의 종족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을 것을 빼앗는 침략과 전쟁을 계속했고, 서로 싸우며 죽이는 잔혹함을 용맹스러움으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다 서로의 창과 칼에 쓰러져 갔습니다. 과연 인간의 악함은 어디가 끝이고, 어떻게 악행을 멈출 수 있을까요?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에서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다른 빌런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주의 다양한 생명체. 특히 인간은 이기심 때문에 강제적으로 사라지지 않고는 스스로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렇다면 신화속에서 악한 인류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제우스는 인간에 대한 반감이 항상 있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만들었고, 그들을 위해 신들의 특권인 불을 훔쳐다 준 것도 별로였지만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가 최초로 만든 인류인 황금 종족에 이어 은의 종족, 청동 종족에 이르면서 인간들은 더욱 악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우스는 인간들을 더 이상 가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제우스는 우선 인간들이 어떤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헤르메스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지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들에게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르지만 하필 만난 인간이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이었습니다. 평소에 신을 무시하고 경멸하던 리카온은 리카이오스산에 대궁전으로 제우스를 불러 신을 시험하겠다고 인육을 구워 제우스에게 대접합니다. 제우스는 이미 눈치채고 크게 분노해 리카온을 늑대로 만들었고, 인육을 섞은 사실을 몰래 제우스에게 알려준 닉티모스르 제외한 리카온의 일가를 몰살시켜버렸습니다. 제우스의 저주를 받은 리카온은 9년간 늑대가 되어서 지내다 뒤늦게 인육을 내놓은 것에 대해 반성했지만 나라는 무너지고, 가족이 몰살당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인육을 먹으며 늑대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우스는 더 이상 인간들에게는 도저히 답이 없다고 생각해 모든 인간들을 없애버리기로 마음 먹고 대홍수를 일으켰습니다. 그렇다면 대홍수로 모든 인간들이 죽었을까요?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였습니다. 데우칼리온은 프로메테우스와 클리메네의 아들이었고, 퓌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딸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들에게 제우스가 대홍수를 일으킬거라는 사실을 미리 얘기해주었고, 두 사람은 방주를 만들어 식량과 물을 비축했습니다. 그렇게 대홍수가 시작되자 미리 준비해둔 방주를 타고 겨우 죽음을 피했습니다. 9일 밤낮으로 계속된 홍수가 그치고 물이 빠지며 땅이 드러나자 둘을 제외한 모든 인간들은 사라졌고 세상에는 둘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흘러흘러 파르나소스산에 이르렀습니다. 부부는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배에서 나와 다시 땅을 밟았을 때 율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며 새로운 인간을 만들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테미스는 신탁을 내렸습니다.
“머리를 가리고 옷의 띠를 풀고 위대한 어머니의 뼈들을 등뒤로 던지라”
신탁을 들은 둘은 당황했습니다. 다시 인류를 시작할 방법이 어머니의 뼈를 던지라는 것이었으니 이는 패륜아들이나 저지를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데우칼리온의 어머니였던 클리메네는 신이라 죽지도 않는 존재인데 어떻게 어머니의 뼈를 구할수 있겠습니까? 데우칼리온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신탁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고 마침내 답을 찾아냈습니다. 신탁에서 말하는 ‘위대한 어머니’는 바로 최초의 여신이자 대지를 주관하는 가이아를 가르키며, 그 뼈는 대지의 단단한 요소인 돌이라고 해석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삼아 근처에 있던 돌을 주워 등뒤로 던지자 돌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데우칼리온의 해석이 맞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되고, 퓌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어 인류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도 자식이 태어났습니다. 헬렌과 암틱티온이라는 아들과 프로토케네이아와 멜란토라는 딸을 낳았습니다.
헬렌은 그리스 민족의 전설적인 시조로 ‘헬라스’는 그의 이름을 딴 고대 그리스인들의 국가 및 영토를 의미하는 명칭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을 헬렌의 후손이라는 뜻에서 ‘헬레네스’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헬렌은 산의 요정 오르세이와 결혼해 세 아들 도로스, 아이올로스, 크수토스를 낳았습니다. 이후 도로스는 도리아인들의 조상이 되었고, 아이올로스는 아이올로스인들의 조상이 되었으며, 크수토스의 두 아들 아카이오스와 이온은 각각 아카이아인들과 이오니아인들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들의 세계는 제우스가 지배했지만, 그리스인들의 주요 부족과 그들의 지역은 프로메테우스의 자손들이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도전할 때 제우스를 힘껏 도왔지만 그의 능력을 두려워하고 경계한 제우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굴복하지 않았고, 그의 폭력적인 독재로부터 인간들을 지키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제우스는 두려워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여기고 그를 애정하고 존경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둘의 혈통입니다. 퓌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반신반인의 영웅 종족이었고, 데우칼리온은 프로메테우스와 클리메네의 아들이었으니 신의 혈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우스가 일으킨 대홍수는 실제로 모든 인간들을 사라지게 했고 다시 선량한 신의 자손들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존재들로부터 다시 시작된 인류는 왜 다시 타락하고, 수많은 악인들과 악행들로 가득차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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