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47 - 제우스의 여성들 [에우로페]

신화에서는 ‘유럽(Europe)’이라는 지명이 한 여인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에우로페(Europe)’로 영어와 발음은 다르지만 철자는 똑같습니다. 에우로페는 원래 유럽이 아닌 아시아 출신으로 지금의 시리아 땅인 페키니아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의 왕이었던 아게노르와 텔레팟사의 딸로 카드모스와 포이닉스, 킬릭스와는 남매 사이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에우로페의 가문을 거스러 올라가다보면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다 헤라의 질투와 미움을 받아 암소가 됐었던 비운의 여성 이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오는 에우로페에게는 고조할머니가 됩니다.

고조할머니처럼 에우로페도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조할머니가 암소가 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반대로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습니다. 어느날 해변에서 친구와 놀고 있던 에우로페를 본 제우스는 그녀에게 반했고, 잘생긴 황소로 변신해 접근했습니다.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가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에우로페는 황소가 너무 잘생겨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황소가 자신의 앞에 와서는 올라타라는 듯이 몸을 낮추었고, 조심스럽게 황소의 등만 쓰다듬던 에우로페가 용기를 내 황소의 등에 올라타자 황소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바다를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속력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에우로페는 황소의 뿔을 꼭 잡고 멈추라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태운 채로 바다로 뛰어들어 유유히 헤엄쳐 달아났습니다.

“에우로페가 황소에게 납치당했으니 가서 반드시 찾아오너라. 만약 찾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아게노르는 딸이 황소에게 납치됐다는 황당한 소식을 듣고 세 아들을 불러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세 아들은 에우로페를 결국 찾지 못했고, 아버지의 말대로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세 아들중 카드모스는 그리스 본토의 테베로 갔고, 킬릭스는 터키 남부의 킬리키아로, 포이닉스는 페키니아 근처에 정착해 각자 자기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태우고 어디로 갔을까요?

에우로페가 도착한 곳은 제우스가 태어났던 크레타섬이었습니다. 섬에 도착한 황소는 청년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이를 보고 놀란 에우로페에게 본인이 제우스임을 밝혔습니다. 둘은 사랑을 나눠 세 아들 미노스, 사르페돈, 라다만티스를 낳았는데, 제우스는 머지 않아 에우로페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크레타의 왕이었던 아스테리온과 결혼을 시켜주게 됩니다.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크레타섬에 도착하기 전에 에우로페를 태우고 돌아다닌 지역을 유럽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화 때문에 실제로 많은 유럽 국가에서 발행하는 장기 체류증에는 황소 모양의 홀로그램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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