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52 - [테베 이야기4] 복잡하고도 복잡한 테베 가문의 왕권 계승 이야기

테베 가문의 왕권은 단순히 자식들에게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복수와 내전, 찬탈, 망명 등이 반복되며 복잡하게 이어졌습니다.

테베를 세운 카드모스는 딸이었던 세멜레가 제우스 때문에 녹아내리자 연이은 비극에 지쳐 손자였던 펜테우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테베를 떠나 일리리아 지방에 정착했습니다. 펜테우스는 카드모스의 첫째딸 아가우에와 카드모스가 아레스의 아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를 죽인 뒤 이빨을 뽑아 땅에 심어서 태어난 스파르토이 다섯명 중에서 에키온과 결혼해 낳은 자식입니다. 에키온은 스파르토이 중 가장 지혜롭고 용감했고, 카드모스가 테베를 세울 때 헌신적으로 도왔습니다. 카드모스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가우에와 결혼시켜 사위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카드모스는 왜 아들이 아닌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줬을까요? 당시 카드모스의 아들 폴리도로스는 너무 어려 왕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자기 아들을 왕의 자리에 앉히고 싶었던 아가우에는 어린 동생 폴리도로스를 멀리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어린 삼촌을 쫓아내고 왕이 된 펜테우스는 늘 왕권을 뺏길까봐 불안하고 두려워했습니다. 특히 이모였던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가 늘 거슬렸습니다. 사촌 동생이었던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제우스의 아들이 신이라고 주장했고, 사람들은 그를 추앙했습니다. 심지어 펜테우스의 어머니인 아가우에조차 디오니소스의 열렬한 신도였습니다.

결국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 디오니소스가 테베에 정착해 키타이론산에서 축제를 열자 기회라고 생각해 그를 죽이려고 축제 현장에 들이닥쳤습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들인 이노, 아우토에가 그를 보고 짐승이라고 착각해 산 채로 찢겨 죽었습니다.

펜테우스가 죽은 이후 쫓겨났던 폴리도로스는 돌아와 테베의 세 번째 왕이 되었고, 그의 아들 랍다코스가 네 번째 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랍다코스가 전쟁에 나갔다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왕권은 랍다코스의 외할아버지였던 뤼코스가 잡아 20년 동안 다스렸습니다. 랍다코스의 아들이었던 라이오스는 랍다코스가 죽던 당시 갓 돌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뤼코스는 암피온과 제토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테베를 공격하면서 죽었고, 이번에는 두 형제가 테베의 왕이 되었습니다. 둘은 먼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튼튼한 성벽부터 쌓았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암피론의 리라 연주 실력이 너무 뛰어나 연주를 들은 인부들은 피곤한줄 모르고 계속 일을 했고, 돌들은 음악에 맞춰 저절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제토스는 강의 신 아소포스와 강의 요정 메토페의 딸인 테베와 결혼했고, 이 때 도시의 이름도 테베가 되었습니다.

폭력으로 정권을 쟁취한 두 형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제토스의 마지막 이야기에는 아내 테베가 아닌 아에돈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아에돈은 판타레우스의 딸로 동서였던 니오베가 자식을 많이 낳은 것을 질투해 니오베의 자식을 죽이려다가 실수로 외아들 이틸로스를 죽였습니다. 아내의 실수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제토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암피온은 아내인 니오베의 오만함 때문에 결국 자살하게 되는데, 일곱명의 아들과 일곱명의 딸을 낳은 니오베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였던 레토에게 질투를 느끼고 자식이 적다고 비웃으며 모욕하자 분노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니오베의 자식들을 모두 화살로 쏴 죽여버렸습니다.

자식들의 죽음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통곡의 눈물을 흘리던 니오베는 그 자리에 굳어 바위가 됐지만, 바위가 되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져 사람들은 ‘니오베의 눈물’이라고 했습니다. 자식들의 장례식을 마친 암피온도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암피온과 제토스 형제가 죽고나자 이들에게 쫓겨났던 라이오스는 다시 테베로 돌아와 왕이 되었고, 메노이케우스의 딸 이오카스테와 결혼했습니다. 둘은 아이를 낳지 말라는 신탁을 받았지만 결국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바로 테베의 일곱 번째 왕인 오이디푸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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