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53 - [테베 이야기5] 신화 속 가장 불행한 비극의 인물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는 신화에서 가장 불행한 비극의 영웅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오이디푸스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일곱 번째 왕이었지만 왕위를 세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원래 라이오스 왕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불길한 신탁 때문에 버려져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랐씁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테베의 왕이 된 것입니다. 코린토스에서 자랄 때 그의 부모는 폴리보스 왕과 멜로페 왕비였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어느날 한 연회에 참석했다가 취객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왕자님. 그거 아시나요? 사실 왕자님은 폴리보스 왕과 멜로페 왕비의 친자식이 아닙니다. 왕자님은 자신이 누군지 정말 모르고 있나요?”

충격에 빠진 오이디푸스는 폴리보스와 멜로페에게 본인이 친자식인지 물었고, 왕과 왕비는 당연히 친자식이라며 안심시켰지만 그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이디푸스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소문이 코린토스에 점점 퍼져 그의 마음은 점점 괴로워졌습니다. 결국 그는 진실을 알기 위해 델피에 있는 아폴론 신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대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친자식인지 알려고 왔는데 더 충격적인 신탁을 들었습니다. 듣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신탁이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끔찍한 운명을 실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오이디푸스는 결국 코린토스를 떠나리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인륜을 어길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탁을 들은 이후에는 친자식인지보다는 혹시 자신이 폴리보스를 죽이고, 멜로페와 결혼할까봐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의 왕자로서의 특권들을 포기하고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기저기 떠돌던 그는 테베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한 무례한 왕족의 무리를 만나 죽을뻔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을 처치하고 테베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테베에 도착했을 때 라이오스 왕은 은인의 아들이었던 크리시포스를 살해하고, 문란한 성생활, 자신의 아들을 버렸다는 이유 등으로 헤라의 분노를 사 스핑크스를 없애라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가 죽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스핑크스를 없애는 사람에게는 왕위와 함께 과부가 된 왕비 이오카스테가 아내가 될 것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낸 뒤 맞추지 못하면 잡아먹어버렸기 때문에 테베에게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찾아가 수수께끼의 답이 ‘사람’이라고 단번에 맞춰버렸고, 아무도 풀지 못했던 자신의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수치심에 스핑크스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렸습니다.

험난했던 오이디푸스의 인생에 고난은 끝나고 다시 빛이 드리우는 것 같았습니다. 스핑크스에게 고통 받던 테베 사람들은 오이디푸스를 영웅으로 환영했고, 약속대로 왕위에 올라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둘은 사랑을 나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형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자매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습니다.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에게 버려졌던 오이디푸스가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랐다가 모든 특권들을 포기하고 나서야 테베의 왕이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길했던 신탁의 반이 실현된 것이었습니다. 친어머니였던 이오카스테와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행복한 날들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결국 다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테베에 갑자기 역병이 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처남이었던 크레온을 델피로 보내 아폴론에게 신탁을 요청했습니다.

“아폴론께서 말씀하시길 전왕 라이오스의 살해자가 테베에 숨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가 더럽혀졌고 역병이 도는 것입니다. 범인을 잡아 처단하면 도시는 정화되고,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크레온이 아폴론의 신탁을 전했고, 오이디푸스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 추방하고 나라를 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고, 수사가 잘 되지 않자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살인자를 찾을 단서를 요청합니다. 침묵을 지키던 예언자는 오이디푸스의 강압에 못 이겨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그대가 찾는 라이오스 왕의 살인범은 바로 당신이오. 그대가 지금 누구와 살고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시오”

오이디푸스는 예언자의 말을 듣고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아니라며 진짜 살인범을 찾아내 결백을 밝히고, 백성들을 구하겠다며 더욱 더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예언자의 말은 사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테베로 오는 길에 만났던 무례한 왕족의 무리가 라이오스였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오카스테도 불행을 예감했는지 수사를 멈추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도 점점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수사를 멈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스핑크를 처치하러 가던 라이오스와 무리들은 좁은 삼거리에서 오이디푸스와 마주쳤고, 서로 실을 비켜주지 않으면서 시비가 붙었습니다. 결국 누가 비켜야 하는지 때문에 다툼이 벌어졌는데 마부는 왕의 행차이니 비키라고 했지만, 오이디푸스는 내가 먼저 가던 길이니 마부에게 비키라고 맞섰습니다. 결국 오이디푸스가 힘으로 밀쳐내고 지나가려 하자 라이오스는 화가 나 말을 다루는 채찍으로 오이디푸스를 때렸고, 결국 싸움이 나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와 무리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난리통에 마부만이 살아서 도망쳤습니다.

결국 라이오스의 살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목격자인 마부가 소환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를 죽였고,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아들임도 밝혀졌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마부가 아기였던 오이디푸스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양치기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이오카스테는 충격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직접 찔렀습니다. 그렇게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졌던 불길한 신탁은 모두 이뤄졌습니다. 오이디푸스는 백성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사를 멈추지 않고 진행해 살해범을 찾아냈고, 자신이 범인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응징해 테베를 구했습니다.

스스로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는 그 눈을 뽑아 수염에 매달고 죽을때까지 맨발로 안티고네, 이스메네 자매와 함께 떠돌아다니며 방황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안타까운 사연도 모른채 음애하려는 사람들은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패륜아라는 소문을 퍼뜨려 가는 곳마다 온갖 모욕을 당했습니다.

신의 운명에 놀아난 그는 아테네에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말년의 오이디푸스는 여기저기를 헤메다 아테네에 도착했고,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모욕하며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네테의 왕 테세우스를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이를 들은 테세우스는 먼 길을 온 손님을 바로 내쫓을 수는 없다며 사람들을 달래고 오이디푸스를 환대했습니다.

오이디푸스를 만난 테세우스는 어떤 사연이 이는지를 물었고, 테세우스의 다정함에 감동해 자신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모든 사연을 들은 테세우스는 그의 안타까운 운명을 한탄하고, 가슴 아파하며 그를 동정하고 위로했습니다. 오이디푸스도 진심이었던 테세우스에게 감사해 축복을 내렸고, 마지막으로 테세우스에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자신의 일생을 마감할 곳을 정했으니 함께 죽을 곳으로 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덤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테세우스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고, 오이디푸스와 함께 죽을 곳으로 정한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자신이 정한 동굴에서 오이디푸스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쳤고, 테세우스는 그를 묻어주고 혼자 동굴을 빠져 나왔습니다. 덕분에 테세우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오이디푸스의 무덤 위치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인생이 특히 더 비극이었던 이유는 라이오스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라이오스 역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친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서로 죽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불길한 신탁대로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오카스테와의 결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가 모자 관계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둘은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신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신화에서 가장 불행한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의 일생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결코 악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친부모라고 생각했던 양부모를 해칠까봐 집을 떠났고, 스핑크스를 물리치고 난 후에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힘썼습니다. 아내에게 헌신했으며, 자신이 범인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수사를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응징해 테베를 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말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던 비극적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운명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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