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55 - [테베 이야기7] 목숨을 걸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던 안티고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서로의 칼에 찔려 죽었고, 이제 테베의 왕족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만 남았습니다. 둘은 장님이 되어 쫓겨난 아버지 오이디푸스의 길 안내를 하며 세상을 떠돌다 아테네에 도착해 테세우스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신들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에게 미안했는지 신탁을 내렸는데, 오이디푸스가 죽어 묻인 땅에는 큰 축복과 승리만 얻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탁을 들은 크레온은 오이디푸스가 테베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데려가려 했지만,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추방했던 테베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크레온은 포기하지 않고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납치해 인질로 삼고 오이디푸스를 협박했지만, 다행히 테세우스가 군사를 보내 둘을 구출하고 크레온은 테베로 돌아갔습니다.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오이디푸스가 죽은 뒤 테베로 돌아갔고, 두 오빠는 왕위를 두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안티고네는 둘을 화해시키려 했지만 결국 둘은 싸우다 서로의 칼에 찔려 죽었고, 테베의 왕좌는 또 다시 주인을 잃었습니다. 왕좌는 결국 외삼촌이었던 크레온에게 돌아갔고, 왕이 된 그는 테베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칙령을 공표합니다. 테베를 지키던 에테오클레스는 명예로운 장례실을 치르고, 권력에 눈이 멀어 테베를 공격한 폴리네이케스는 시신을 길에 버려 짐승의 밥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도 크레온을 지지했습니다. 왕이 되겠다고 외부에서 군대까이 끌고 와 전쟁을 일으킨 폴리네이케스에게 반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티고네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그녀에게 폴리네이케스는 누가 뭐래도 친오빠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오빠의 장례식을 꼭 치르겠다고 결심합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이미 죽음으로 죗값을 치렀으니 짐승의 밥이 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가족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도리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를 것이다. 만약 그러다가 죽더라도 말이다!”

그런 안티고네를 곁에서 지켜보던 동생 이스메네는 언니가 안타까웠습니다. 안티고네는 동생에게 함께 오빠의 장례를 치르자고 했지만, 언니의 무모한 행동에 가담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테베의 왕족은 불행이 계속됐습니다. 할아버지인 라이오스는 아버지 오이디푸스의 손에 죽고, 어머니이자 할머이였던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불행한 운명을 타고나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르고, 뽑아버린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고, 두 오빠는 서로 싸우다가 함께 쓰러져 죽어버렸습니다. 이제 두 자매마저 크레온의 명령을 거역하다 죽는다면 테베의 왕족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매는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내가 오빠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요? 하늘의 신 제우스도, 저승의 신 하데스도 그런 명령을 한 적이 없습니다. 죽은 자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신들의 법입니다. 삼촌은 그런 신들의 법과 완전히 반대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삼촌의 명령 때문에 신들의 법을 어길 수 없습니다. 난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안티고네는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다 체포되어 크레온 앞에 섰지만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물론 안티고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지만 크레온도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만약 혈연에 흔들려 칙령을 철회한다면 정치적으로 왕의 권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권력욕 때문에 전쟁을 일으켜 모든 백성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 폴리네이케스를 벌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그런 위태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국가의 질서를 위해서도 크레온은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크레온은 결국 안티고네를 동굴 감옥에 가두고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신들이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이 방치된 것에 대해 노하고 있으며, 계속 시신을 방치한다면 더 이상 제사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크레온의 집안에서도 죽은 자를 내놓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였습니다. 크레온은 갑자기 나타나 불길한 예언을 하는 테이레시아스에게 화를 냈지만, 주변 원로들이 그가 한 번도 거짓 예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비로소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크레온은 테이레시아스의 예언 때문에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수습하고, 조카를 용서하고 풀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크레온이 급히 동굴 감옥으로 향했지만 안티고네는 이미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습니다. 또한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도 약혼녀였던 안티고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크레온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자기 아내 에우리디케의 자살 소식까지 접하고 오열했습니다.

“나는 살아 있지만 이미 죽은 것과 다름 없다”

크레온은 살아남았지만 아들과 아내, 자신의 명예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최악은 죽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은 채 살아남은 것이었습니다. 크레온도 자신의 오만 때문에 모든 비극이 일어났다고 후회하며, 살아 있는 것이 괴롭다고 탄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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